잊기 전에 쌍꺼풀재수술 상담일지를 써보려 한다.
첫 쌍꺼풀 수술은 중학교 2학년 올라가는 겨울방학 때였다.
예나 지금이나 나는 시력이 나빴고, 마침 안과에서 ‘속눈썹이 눈을 찔러 난시가 심해지는 듯?’이라는 말을 들은 엄마는 “당장 얘를 쌍꺼풀 수술을 시켜야 한다”며 발을 굴렀다.
아빠 회사 후배 중 쌍수가 상당히 잘 된 언니가 한 분 계셨고, 나도 소개로 그 병원에 가게 된 것.
엄마의 요구사항은 명확했다.
‘속눈썹이 절대 찔리지 않도록 눈꺼풀을 바짝 들어올려 주세요!’
엄마의 미적 감각이 결코 좋다고는 할 수 없었기에 상당히 찜찜했지만 아직 어렸던 나는 어른들을 믿고 차가운 수술대에 눕게 된다.

결과는?
쏘세지 쌍꺼풀이 되어버렸다!!
의사는 요구사항에 충실했을 뿐이니 별로 탓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대체 누가 중2한테 쌍수를 시킨단 말인가….
딱히 미적으로 마음에 들지는 않았으나 기능적으로는 또 이상이 없었기에 어영부영 세월이 흘러갔다.
(쏘세지는 훨씬 더 심했는데 내가 이제 나이를 많이 먹어서 라인이 낮아진 것.)
하지만 이제는 쌍꺼풀재수술을 통해서 새 눈으로 여생을 살아봐도 좋지 않을까?
내가 생각하는 지금 눈의 문제점은: 1. 몽고주름이 강함, 2. 눈 앞머리 라인이 높아서 눈이 삼각형으로 보임(피곤하면 더 심해짐). 3. 눈꺼풀이 들림(아이라인 반영구덕에 덜해보임) 4. 눈동자가 좀 가려진 느낌

이 눈 사진을 들고 쌍꺼풀재수술 상담을 다니게 되었다.
눈 앞머리가 트이면 좋겠고, 쌍꺼풀도 앞은 낮고 눈동자 정점에서 가장 높아져야 아몬드형 눈이 될 것 같다.
그리고 눈두덩이 끝 부분의 소복하고 처진 느낌이 정리되었으면 좋겠음.
그런데 이 눈은 화려하니까 내 얼굴에 맞게 좀 순화된 느낌으로.
1. ㅍㄹㄴ (ㅇㅅㅎ 대표원장)
ㄱㄹㄷ에서 독립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오전에 갔더니 조용하고 상담도 빨리 시작됐다.
실장님 상담은 길지 않았고 원장님 상담도 적당한 느낌.
앞부분 두줄따기, 뒷부분 절개해서 길게 트인 느낌 줘야 한다고 했고, 윗트임 병행.
눈매교정은 말 없으셨으나 내가 물어보니 ‘그것도 원하신다면…’이라고 함.
다른 후기에서처럼 전반적으로 ‘안될 것 없다’는 뉘앙스였고 어려운 눈이라거나 안 어울리는 눈이라는 말은 안하심.
수술 전후 사진집이 있는데, 트렌디한 눈 위주로 하시는 것 같아 많이 끌렸다.
(나도 이제 여생은 예쁘고 시원한 눈으로 살고 싶다…)
2. ㅇㄴ (ㅇㅅㅇ 원장)
여기는 ㅍㄹㄴ랑 걸어서 5분 거리인데, ㅍㄹㄴ 상담이 생각보다 일찍 끝나서 혹시 상담시간을 앞당길 수 있는지 전화를 했는데
연결이 안된다…전화를 네 통 했는데 계속 안받음.
전화하는 동안 병원에 도착했는데 아니 로비에 직원이 다섯명이나 있지 않은가?! 기다리는 사람도 서너명 뿐인데!
‘너무 일찍 오셨으니 예약시간까지 기다리라’길래, 안그래도 전화 여러차례 드렸는데 안받으시더라구요, 라고 했더니
전화상담센터는 여기가 아니라 다른 데 있다고 함…(상담 외주를 어디 캄보디아에 주기라도 함?! 이해할 수 없는 답변)
여기는 수술 전부터도 전화 연결이 안되는데 수술하고 혹시라도 문제 생기면 아예 말이 안통하겠군 싶어서 그냥 집으로 옴.
(후속 연락같은 것도 없었다) 쌍꺼풀재수술은 커녕 상담부터가…
3. ㅍ (ㄱㄷㄱ 원장인데 얼굴도 못봄)
3시 30분 예약이었는데 일단 30분 기다림.(대학병원 급으로 사람 많음..)
웨이팅 졸 기네…하고 있는데 앞에서 누가 ‘한시간을 기다렸는데 이럴거면 예약 시간은 왜 정해놨느냐!’며 따지고 있음.
아 그리고 문진 차트에 신기하게도 ‘예상하는 수술 금액대’를 쓰라고 한다 ㅋㅋㅋ(나는 NNN만원 중반대라고 씀)
40분 기다려서 호명이 되면 개별 상담실로 안내받는데, 여기서 10분 더 기다려야 실장님 상담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실장은 ‘눈 라인은 건드릴 게 없으니 이마 거상이랑 앞+윗트임을 하라’고 함.
ㄱㄷㄱ 원장님은 쌍수 아웃라인 전문이라, 이마 거상을 잘 하시는 원장님에게 다시 연결해주겠다고.. 예….
그리고 또 10여분 넘게 기다려서 새 원장님이 들어왔는데, 지금 쌍꺼풀 라인이 9mm이고, 내가 보여준 사진은 약 6-7mm정도라 두줄따기로 라인을 낮춰야 한다고 했다. 근데 눈썹과 눈꺼풀 간격이 좁은 편이라 이마거상을 해야 한다면서 손바닥으로 이마를 끌어올려서 거울을 보라고 했는데
거상수술 한 송대관 아저씨 느낌이 나지 뭐야!

와…. 눈 너무 똥그랗고… 라인 낮춰야 된댔는데 이마를 바짝 잡아당기니 오히려 라인 더 높아진 것 같은데…손가락 두 개는 들어가겠네…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동안
‘어때요! 수술하시면 이렇게 됩니다!’라고 해서 수술하지 말라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의사가 내 생각을 읽었는지 ‘네~이 눈은 아주 어려운 눈입니다~ 다른데 상담 가셔서 그런 말을 듣지 못했나요?’라고 함.
알다시피 ㅍㄹㄴ는 다 된다고 했고, ㅇㄴ는 문앞에서 돌아나왔길래 그런 말을 듣지 못했다…
그리고 내가 25년 12월에 눈꺼풀 지방이식을 했는데, 그게 아주 잘 됐다며 어디서 했는지 물으면서 연신 눈꺼풀을 만져보고 있었다.
이건 뭔가 단단히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 질문할 건 없다고 하고 원장 상담 종료.
이제 실장님이 다시 들어와서 가격 안내를 해주는데, 음~오래 기다리셨으니까~ 하면서 휘리릭 무슨무슨 할인을 제공하더니
내가 아까 문진차트에 쓴 NNN만원 중반대로 딱 맞춰주었다!
이럴거면 50만원이라고 쓸걸 그랬나… 약간 노량진 수산시장이나 이스탄불 그랜드바자르 느낌이 난다… 90% 가격으로 후려치기 한 번 시작했어야 하는지..
먹은 것도 없지만 혈당스파이크가 쎄게 온 느낌을 받으며 휘청휘청 집으로 돌아왔다.
2편에 이어서 계속…
과연 나는 쌍꺼풀재수술을 할 수 있을 것인가?!